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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책을 읽은 뒤에

[만화] 해피

 

http://www.kcomics.net/comicsBook/Comics_view.asp?in_outorder=2002101118

만화규장각 도서정보참조

[만화] 해피  / 9점 = 10점만점- 1점(신파,찌질)


해피는 단순하다.

꼬질꼬질한 주인공이 결국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승리한다 라는 무식한 내용이다.
평소 찌질포비아, 신파울렁증과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이 만화를 읽으면 안된다. 그렇지만 그런 단순한 플롯에 관대한 사람이라면 해피를 읽을 자격이 있다.


해피는 처음 읽을땐 단순히 그 거대한 찌질함에 감동을 했다. 그렇지만 여러번 읽게 되면 또다른 관전 포인트를 찝어낼 수 있다. 윈블덤 준결승에서 미유키에게 진 초코가 기자회견을 한다.

-이거 왠지 질문하기가 거북한걸.
-걱정마, 초코스마일로 화답해줄테니까.
-빨리 회견을 해치우죠.
-저한테 뭐 질문 있으세요?
-질문 없나요? 그렇다면 돌아가겠습니다.
-오늘 시합에서 진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초코스마일.
-예에?
-이제 그만 두겠어요.
  지금까지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요.
  초코스마일, 좋아하시네. 당신들 기자들, 그리고 스폰서와 팬들
  바보같이 그 모든것에 너무 많은 신경을 써왔어요.
  하지만 이제 그만두겟어요. 당신들도 쓰고 싶은대로 쓰세요.
  팬들도 응원하고 싶으면 하는거고 스폰서도 제가 마음에 안들면
  손을 떼면 그만이니까. 전 이제 절 위해서 테니스를 하겠어요.
  왜냐하면 상대는 코트에 들어서면 볼을 치는 것 이외에는 아무생각도 하지 않으니까요.
  전 내년에도 이곳에 올겁니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은 단 한가지. 이기는 것. 오직 그것 뿐입니다.

나는 저 장면에서 모든 것을 보았고, 느꼈다.
미유키의 집요한 경기 한게임 한게임도 참 감동이었지만.
끝내 미유키를 깔봤던 초코의 본성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초코는 원래 이기고 지는 것에 크게 연연해 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적당히 이기고 인기를 유지하는 것이 그녀의 최대 목표였다.
그 이전 us 오픈에서 니코리치와 맞닥뜨렸을 때
당연히 질거라고 생각했고 거짓 눈물을 흘리며 팬들의 위로를 받으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깔보았던 미유키의 진짜 실력에 지고 말았다.
재력과 미, 테니스 그 무엇에라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여겼지만
끝내 그녀가 가장 자신있어했던 테니스로 지고 말았다.
그것으로 인해 지는 것에 분함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아마 처음으로 느끼는 분함일지도 모른다.
이기고자 하는 사람과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의 차이는
아마 이렇게나 다른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더이상 웃지 않는다. 가장 지저분한 표정을 지으며 승리를 향해 집요하게 덤빌 것이다.
그리고 니코리치와 어느 순간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이정도 했으니 괜찮다. 너의 은퇴가 끝나면 내 시대다 라는 안일한 생각도 할 것 없이,
같이 죽자어보자고 밀어붙이겠지.
그리고 아마도 코트 안에서는 테니스만 생각하는 아주 독한 선수가 되어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23권에서 끝나버렸지만

그 후 2부가 있다면 좀 더 볼만한 세기의 대결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초코는 그때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었기에.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새로운 인생을 얻게 된 초코를 한번 응원해 보고싶다.
승리를 향한 너의 집착을 보여줘. 너만을 위한 테니스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를!
초코 화이팅!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