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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책을 읽은 뒤에

[책] 십시일반

십시일반 상세보기
박재동 지음 | 창작과비평사 펴냄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창비가 편집.출간한 이 책은 만화의 유쾌함과 인권의 유익함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권영화, 인권동화에 이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사업으로, 유명만화가 10명이 1년여에 걸쳐 작업한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만화가들은 우리 사회의 차별에 관해 각자 소재를 정하고, 해당 분야를 조사하고 취재했다. 빈부격차와 노동, 교육, 국제분쟁,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 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책] 십시일반


국가인권위원회가 뭘까. 잠깐 검색을 해보자
아래는 다음에서 검색한 링크다.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b02g2397n2
아주 간략하게 말해보면, 다른 어떤 기관에 비해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된 있는 관공서(?) 중에 하나다.
나도 잘 알지만 관공서에서 보통 주관하는 일이나 기획한 일은 따분하거나 지루하다.
사람들이 관심도 잘 가지지 않을 뿐더러 일의 기준이 민간의 참여를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지루함을 전제로 모든 업무를 추진해 나간다면, 이번 인권위에서는 공무원 정신에서 벗어나 사고를 쳤다.
각양각색의 만화가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게 한 것이다.
평소 만화라면 장르와 분량을 상관치않고 (완결여부는 매우 신경쓰는 편임!) 달려드는 나이기에
평소 관공서의 고압적인 행태와 또 만화라는 장르를 선택한 인권위에 찬사를 보내면서
편안하고 또 불편한 마음으로 만화를 접할 수 있었다.


내가 평소 알고 있던 만화가의 이름도 몇몇 있었다.
이우일과 홍승우가 그러했는데, 특히 홍승우의 비빔툰은 스크랩까지 했던지라 참 반가웠다.
많은 분들이 아마 만화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모 과장님께서도 십시일반을 추천하신 걸 보면 "십시일반"이라는 프로젝트 자체가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와 반성을 형성했음을 알 수 있다.
십시일반에는 우리 주변에 우리가 모른척 하고 지나쳤던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여자, 아이.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도 그 소리가 작기에
"나도 먹고 사는게 바빠서" 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못들은 척 했었던 나의 지난날에 일침을 가해졌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었는데
평소 그들이 우리나라에 온 목적자체가 조금은 불순하다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견이 와장창 깨지기도 했다.
돈을 벌기위해 브로커들에게 불법적인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우리나라에 온 것 자체도 물론
여러 과정상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해야 하는 것은 수혜적 측면의 배려가 아니라
인간적이고 도의적인 측면의 예의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도 언젠가 외세에 짓밟히고 전쟁통에 못먹고 못살았으며, 한때 광부와 간호사들을 수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 올챙이였냐는듯. 그랬던 적은 전혀 없었다는 듯.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 자체가 비인간임을 자처한 것 아니냐는 전제를 깔고
그들을 무시하고 짓밟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어느 코메디 프로그램 중의 한 코너였던 "이게 뭡니까" 라고 외치던 블랑카의 목소리가
그저 단순히 웃음거리에 그칠 가벼운 이야기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무원(정부)의 비정함도 함께 비추어지고 있었는데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완벽한 정책과 부작용 없는 정책은 있을 수 없지만,
우리가 스스로 불로소득을 꿈꾸며 자립의지 없이 나약하게 기대기만을 하는 이들이 너무 많기에
공무원은 항상 비정하고 매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언제나 공정해야하고 사사로와선 안되기 때문이지만 이것은 반대로
정말 어려운 환경속에서 힘든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기도 한다.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신설할때 처음에 몰랐던 부작용이 방치한다면
일선 담당자들과 끊임없는 대화와 사실조사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작품 자체로 놓고 봤을때 뛰어난 구성력과 소재선택, 표현력은 그 명성에 걸맞게 수준급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너무나 마음이 아픈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기에 많이 반성도 했다.
요새는 느낌표라는 티비프로그램이 없어진지 오래지만,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접할 수 있게 방송을 한번 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한번 정도는 읽고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책을 읽고 난 후라도 모든 이들이 똑같이 느낄 순 없겠지만
조금은, 아주 조금은 바뀔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