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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책을 읽은 뒤에

[책] 눈길

눈길(양장본) 상세보기
이청준 지음 | 열림원 펴냄
토속적인 민간신앙의 세계에서부터 산업사회에서의 인간 소외, 지식인의 존재 해명, 전통적인 정서에 이르는 다양한 탐색을 시도한 이청준의 신간. 저자의 주요 테마인 고향 혹은 실향의 문제를 다뤘으며 상황 설정이 서로 흡사하고 주제나 내용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눈길>, <해변 아리랑>, <새가 운들>, <귀향 연습>, <여름의 추상> 등 총 8편으로 구성된 중단편집이다. 주인공의 고향

[책] 눈길

난, 소설을 그다지 즐기질 않는 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나 만화는 즐기지만 의외로 소설은 내게 신뢰를 주는 어떤 장르는 아니었나보다.
내게 소설이라는 장르는 어설픈 드라마 같았다. 보통은 신파적이거나 유치했다.
간혹 영하옵화나 박완서 선생님이나 꽃노털 옵화 외수형의 글은 간간히 읽기도 읽었지만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수단 정도로 인식됐달까.
내게, 소설은 항상 뭔가 부족한 매체였다.

그래도 가끔 개운한 비를 맞고 싶은 것처럼
소설을 한번 집어들어 보았다.
국어책에서 보았던 것 같기도, 문학책에서 보았던 것 같기도 한
교과서형 소설이 짧게 짧게 이어진다.
유치한 문학 문제라면
1-1. 여기서 노인은 누구인가.
1-2. 주인공이 이야기 하는 내내 '빚'이 없음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 노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3. 아내의 역할은 무엇인가.
등; 이겠지?
역시나 소설을 읽을때면 순수한 마음으로 읽기가 참 힘이 든다.
무언가 공식과 음모(????) 그리고 은유적인 모든 수사를 궤 뚫어야 그 소설을
제대로 소화시켰다는 기별에 조금이라도 가니까.
잘못된 국어수업. 입시중심의 소설읽기로 인한 문학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나는. 어디가서 하소연을 해야하냔 말이다.
그래도 시라는 장르는 그 모든 공식을 굳이 꿰어맞추지 않더라도
소리 내서 읽기만 해도 마음으로 흐르는 잔잔한 울림이 있기에 그 소화법을 애써 극복하지 않아도 되는데
소설이라는 것. 특히 이청준의 이런 아름다운 '눈길' 이라는 소설은;;;
너무나 아름답기에 오히려 더 비문학 적이다. 앞서 말한 문학소화법에 문제가 있음이다.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국어시간에 꽝점을 맞아 오더라도
그저 재미있게 글을 읽어도 좋아. 이해 못해도 좋고. 정답이 아니어도 좋아.
그냥 이리저리 니 마음대로 작가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보지 않으련; 이라고 가르치고 싶고나.

여튼 나의 망한국어운명론을 이제 그만 제껴두고 "눈길"로 돌아가자.

아...................
참. 이렇게 독후감을 쓰는 것 조차 힘들어지는 ..
ㅠ-ㅠ

눈길이란 노인과 아들이 걸었던 길이며 어머니가 혼자 돌아오셨던 길이며,
동시에 망해버린 동네어귀에서 아들을 내내 기다리며 아들을 향했던 그 길이다.
독서감상문 끝.

역시 이런 이청준 선생님 같은 분은 내가 언륜이 많이 생기고
인생이 깊어지기 전까지 안뵈는게 낫겠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