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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영화를 본 뒤에

[드라마] 일지매 - 이준기의 눈물에서 분노의 세월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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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일지매 - 연기자 이준기의 눈물.

이준기. 82년생. 왕의 남자로 대스타가 됨.
그에게 인기는 한 순간에 찾아온 모래성과 같았지만, 그의 연기는 탄탄히 다져진 돌탑이었다.

나도 이준기와 같은 82년생이다.
한참 빠순문화 혹은 팬클럽 문화가 정착하고 있을 시기에 학교를 졸업했다.
나는 이준기의 빠순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음;
어쨌든 매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연기자 인지라 우연인지, 나의 관심인지 덕택에
그의 다양한 연기를 쭉 지켜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연간 드라마 시청 작품이 연 1~2 개 밖에 되지 않는 나에게 이준기의 작품이 감상리스트에 들어가있다는건,
이준기로써도 영광 아닐까. 어쨌든. 잡설하고 이준기에 대한 썰을 풀어보겠다.

왕의 남자에서 투명한 공길로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가 되는 듯 했으나
발레교습소에서 복습한 바로는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괜찮은 조연으로 남을까 잠깐 생각해 보게했고
(발레교습소에서는 그의 무기인 "분노의 눈물"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마이걸에서 건들건들거리며 겉멋만 들었을까 했더니 "분노의 눈물" 레벨1 짜리로 내 심장의 간을 보더니
개와 늑대의 시간에선 다중인격을 의심케 하는 기억상실을 맛보여주었다.
얼핏 투명하리만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한 연기력이었기에
개늑시에서의 그는, 일관되지만 조금은 가벼워보이는 정경호와 경쟁하며 보완하며 한단계 랩업했다.
물론 개늑시에서도 "분노의 눈물" 레벨은 조금 상승하는 듯 했으나,
개늑시에서의 이준기의 눈물은 극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리고 성숙한 "분노의 눈물"은 일지매 완성도에 아주 많은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그 외 다른 출연작들은 접하지 못했음으로! 죄송하지만 패애쓰!)

마이걸, 개와 늑대의 시간, 일지매는 모두 다른 분위기의 드라마이다.
시트콤처럼 약간은 가볍고 달콤했던 마이걸에서 이준기의 눈물이 극의 유일한 무게였기에 영향력이 있었고,
한편의 대서사시였던 개늑시는 극자체의 완성도가 높기에
이준기 한 사람의 연기가 미치는 영향력이 오히려 굉장히 적었달 수 있는 작품이었다.
퓨전사극인 일지매는 시트콤같기도 했고, 한편의 영화같기도 했다.
시트콤 같았던 것도 오두방정인 이준기의 연기 덕택인 이유가 컸고,
한편의 영화 같다는 것에도 이준기의 연기 덕택인 이유가 크다.
이준기는 시트콤 팀인,
용이네 식구들 팀 - 쇠돌이(이문식), 공갈아제(안길강), 봉순(이영아), 대식(문지윤), 흥견(김현성), 심덕(정재은)
과 정극 팀인, 시후(박시후), 은채(한효주) 등의 사이를 오가며 오두방정과 깊은 아픔을 연기하기에
그리고 그 오두방정과 깊은 아픔이 처음엔 각각 다른 요인(용이, 겸이) 이었으나 결국 그 둘은
하나가 되면서(19회, 20회의 일지매) 같은 인물로 녹아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준기만 시트콤과 정극사이를 오간것은 아니다.
이준기와 이문식, 봉순 등의 다른 인물들도 용이와 겸이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같이 오갔기에 웃기고 가볍지만 그래도 때때로 깊은 마음이 느껴지는 드라마로 완성된 것이다.

그렇지만 유독 랩업한 이준기의 눈물이 일지매에서 영향력이 더 크다고 하면 그 이유는
이준기의 열연, 즉 분노의 눈물이 있기에
그가 어머니를 한눈에 알아보며 눈물을 터트리는 순간
시청자들은 이준기의 잃어버린 10년(?)을 느끼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것을 시청자가 연기자와 함께 체험한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는 개늑시에서도 기억을 잃었고, 일지매에서도 기억을 잃었으나
그의 투명함은 개늑시에서 더 빛났던 것 같다. 시놉시스의 구조 자체가 다르니 말이지.
개늑시에서는 자신이 개인지 늑대인지 알 수 없어서 괴로워하다 결국 자신을 찾게 되지만.
일지매에선 오두방정과 깊은 아픔은 결국 하나로 합쳐져 일지매이면서 용이 겸 겸이가 되니까 말이지.

앞서도 말했지만, 이준기와 나는 동갑이다.
이준기는 내게 오빠도 아닌 친구다.
이준기가 잃어버린 10년을 단 몇분만에 느끼게 해 줄 내공을 쌓을 동안 난 뭘 했나 싶기도 하다.
단순히 "이준기가 짱이에여." 라는 마음이 아니라 조금은 깊은 시각에서
그의 주무기의 랩업 정도를 체크해 보고자 했던
그리고 고생한 이준기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나의 선물이랄 수 있는
일지매 감상문은 또 이렇게 시시덕하게 끝난다.
(팬클럽에 가입되어 있질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몸상태가 안좋아서 꽤나 고생한 것 같던데.
준기친구 이건 부탁이기도 하고 충고이기도 한데, 언제나 건강했으면 좋겠어.
코맹맹이 목소리를 들을때 내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당신 연기에 몰입이 한 20% 덜되거든. ㅠ-ㅠ
완전한 연기를 위해서! 언제나 건강하게 몸을 단련하시게!)

당신이 언젠가 또 놀라운 연기로 나를 웃고 울게할 그때를 기다리며
나도 글솜씨를 갈고닦아 당신의 연기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낼 수 있게 노력할께.
그럼 안녕! 일지매!


ps. 이건 뭐 쓰다보니 어느순간 이준기를 향한 나의 뜨거운 팬레터가 되버렸네.
이준기를 해부하기 위해서 다른 부분은 많이 이야기 하지 못했네.
이 극이 시시한 시트콤, 유치한 퓨전사극 따위로 하향평준화 되지 않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건 용이네 팀, 시트콤 팀(시완네 식구포함!ㅋ)들의 연기 내공과
시후 은채 남매의 단아함과 진지함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다는 건 말안해도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