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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책을 읽은 뒤에

[책] 모모


모모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하엘 엔데 (비룡소,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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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책 한권을 다 보았다.
게으르기는 참 쉬운 것이다. 이 책을 처음 빌린게 언젠데 말이지.
마을문고에서 빌린 이 책은 낡을대로 낡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아마 이 책을 본 것 이겠지.
몇년 전 삼순인가 하는 드라마에서 한번 소개되고 빅 히트를 뒤늦게 친 책이랄까.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그래서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조금은 미화시킨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실제 현실세계의 회색신사들은 모모가 이겼듯 쉽게 이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정말 나도 모모처럼 내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담보로
이 세상의 죽음과 다시 태어남을 결정지을 수 있는 모험을 할 수 있다면,
그 모험에 뛰어들어 가 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나는 모모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내 나름의 방법대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그 회색신사들과의 싸움에서 지치지 않고 굴복하지도 않은 채.

잠깐 내 이야기와 모모의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모모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크게 시간과 마음 이 두가지 인 것 같다.

먼저 시간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난 시간 자체에 대해서 종종 느끼고 생각한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꺼라고 추측한다.
나의 시간이란, 나의 미래란, 그리고 과거란, 지금 현재란.
미래가 현재를 거쳐 과거가 된다. 끊임없이 흐름 그 자체다.
나란 사람은 실로 단순해서 그런지, 생각한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한 사람이다.
예전에. 그러니까 몇살 되지 않은 내가 한 15년 쯤엔 그런 생각을 했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현재에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 참 된 즐거움이다. 라고 말이지.
어린 것이 그다지 깊은 고민없이 그런 생각을 하니까 나는 실제로 그런 삶을 살게 되었다.
그 후 몇년동안 말이다. 아마 그래서 내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나는 현재에 충실했으며, 약간 조증이 있는 사람처럼 언제나 즐거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과거에 실수도, 미래에 다가올 어떤 괴로움도 크게 무섭질 않았다. 나는 현재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니 몇가지 문제점이 발생하였는데, 그 문제점이란 다름아닌 인간관계였다.
인간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다가
어떤 사람과는 그 만남을 유지하고 어떤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헤어진다.
나는 자연스럽게 헤어진 사람에 대해서는 과거의 카테고리 속에 분류해버렸고
새로운 사람과 현재에 즐겁게 잘 지내다가 그 사람이 내 친구로 남아있으면 현재의 카테고리에 분류했다.
과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쉽게 생각했어야 하는데, 나는 너무 배부른 현재의 착각에 빠졌었다.
지금 내 친구들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은 "고맙다" 라는 거다.
나는 물론 현재에 충실했지만, 그들이 자연스럽게 조금씩 과거가 되어 흘러가려고 할때
나를 불러주어 다시 내가 그들에게 충실할 수 있도로 해 주었기 때문에
그들이 아직 나의 현재로 남아주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한 것이다.
그들이 나를 부르지 않았다면, 나의 현재엔 그냥 흘러지나가는 이들밖에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며
아찔한 깜깜함을 잠깐씩 느낄 때 마다 어렸을적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정한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나
하고 조금씩 반성을 한다.
현재를 중요시 했던 나는 미래를 아끼는 방법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질 않고 살았다.
어떻게 하면 미래를 조금 더 풍요롭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못했던 것 같다.
현재가 즐거우면 흘러간 과거도 다가올 미래도 즐거울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속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조금은 아껴뒀어야 했는데, 현재를 알차게 즐기다 보니
지금 찾은 미래는 생각했던것보다 그렇게 즐겁지가 않다.
준비가 부족했다. 그때 "즐거웠던 현재"에 말이지.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야지 하면서 생각을 한번씩 해보지만,
관성이 붙어버린 습관만큼 또 무서운게 없다.
그렇지만 그때 그러했듯이 지금 과거도 미래도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먼 미래의 내가 뒤돌아보며 "그때의 단순했던 나는 정말 생각처럼 살아왔구나" 라고 회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씩 라이프 스타일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또 든다.
현재와 과거, 미래를 구분해서 생각한다는 것이 때로는 어리석은 시도라는 것과
지혜롭고 현명하면 할수록 시간의 영속성에 대해서 한몸같이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고.
나는 아직 그렇게까지 현명한 사람이 아니기에, 아직도 실수하고 후회는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현명해지는게 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는 마음이다.
모모는 모두들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능력이라함은 조용히 잘 들어보는 것 그것이었다.
다들 여러가지 이유로 투닥투닥 다투다가 모모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만 귀울여주면
자신들의 마음을 정리하고는 "고마워 모모" 라고 말하기 일수였으니까.
경청하는 사람은 알게된다. 그들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를.
그리고 그 마음이 들킨 사람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던 사람에게 이내 부끄러워 지는 것이다.
독심술? 그것은 다른게 아니다. 그저 조용히 듣고 있는 것. 온 마음을 다해서 말이지.
그러다 보면 그는 마음을 술술 털어놓게 될 것이니까.
가끔씩은 내 친구들에게 이런 조언들을 해 주고 싶다.
화가나고 마음이 불편하다면, 물론 누군가가 당신에게 피해를 주어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당신 스스로 당신마음을 해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당신의 마음 속 소리를 경청해 보라고. 말이지.

어쨌든 모모, 그리고 호라박사님.
세상은 당신들이 살고있는 곳보다 조금은 더 시궁창이라, 나는 그 회색신사들을 물리칠 용기가 없어지지만.
그들에게 매수당하지도 않고 굴복하지도 않고 내 시간을 빼앗기지도 않고 열심히 살아볼께요.
나같이 비정한(?) 사람이 책을 쓴다면,
그들은 결국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다 빼앗기고 말았다.. 뭐 저따위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동화는 또 동화답게 해피엔딩으로 남겨두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