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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영화를 본 뒤에

[드라마]검사 프린세스


극 초반, 입체적 캐릭터인 마혜리가 설치고 서인후가 능글거리며 마혜리의 주변을 탐색 할 동안은 
그저 시시하고 귀여운 로맨틱 코메디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나
반전은 신언니와 개취에 가려 적절히 잘 숨을 수 있었고, 덕택에 의외로 오랜만에 반전이라는 걸 만끽했다.
그렇지만 그 반전이 드러나자 아주 올드한 플롯이 적절한 해피엔딩까지 연상시키고야 만것이지.
그래서 뻔한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이 드라마는 결론이 뻔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뻔한 드라마다.
전문직 젊은이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 괴로워하다 복수가 아닌 현명한 방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둘이 잘 된다.
드라마를 막상 볼 땐, 연기자의 흡입력과 자연스러운 연출 등에 힘입어 참 재미있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되긴 하는데
이런 드라마는 역시 반드시 한번쯤은 보아야할 추천드라마 목록에 올리진 않는다.
(으으음~ 추천 드라마라는 거슨! 네 멋대로해라. 파스타. ...선덕여왕이 아닌 미실;;;;;;;;;;;;-미실이 드라마냐!!!!, 뭐 이정도는 되야지.)
즉.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는 됐을진 몰라도, 명작의 반열에 올라가긴 힘들겠다~ 뭐 이런말이지.
그래 사실 동시간대 다른 방송사들의 드라마들이 짱짱해서 흥행도 예상외로 선전하지 못했달 수 있겠지만,
비교적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면, 
보통 드라마에서는 드물게 특이하고  독특한 캐릭터 덕택에 동감 자체를 방해해서 몰입도가 떨어졌던게 아닐까 싶다.
그 캐릭터가 강했던 극 초반의 마혜리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 함께 있을때를 제외하고 
직장동료들과 어울림에 있어서 물과 기름처럼 그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했고, 
그러한 모습들은 이리저리 치이고 닳으며 차차 나아지지만, 그 어색함 자체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감정이 아닌게 아닐까?
서인후 또한 마차가지다. 때때로 마혜리에게 진심어린 말로 위로를 건낼때가 있었지만,
탐색전임을 강하게 드러내는 극 초반에는 친구 제니를 제외한 어떤 캐릭터와 편하게 어울리는 캐릭터가 없었으며
능구렁이처럼 슬렁슬렁 떠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극 초반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의도된 불편함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데 실패한건지도 모른다.

개취에 대해서도 감상문을 간단히 쓰긴 할꺼지만, 굳이 개취와 비교해 보자면(분위기 상, 신언니는 로맨틱 코메디와 영 거리가 있으니 빼자) 
난 검사 프린세스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부장님이 미쳤나봐요"를 외치는 마혜리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어색함을 안겨주었지만,
원래 이상한 성격이고 그런 애니까 저런 개념없는 말을 찍찍 내뱉는구나 그것도 눈물까지 그렁그렁 해가면서.. 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연출인 반면,
박개인이 일부러 지저분한 성격임을 어필하기 위해 야채를 볶으면서 전 뒤집듯 후라이팬을 흔들어
잘개 다진 야채를 공중 격파하는 장면에서 정말 짜증이 났고,  드라마를 다 봤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캐릭터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진 모르겠지만, 그런 손발 오그라드는 연출은 한두번이면 충분한건데,
개취에선 그런 말도안되는 설정들이 시시때때로 나오기 때문에 사람을 참 지치게 만든다. 
(그것말고도 지치는 이유는 정말 많지만, 다음에 정식으로 까드리기로 약속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아 말나온김에 하나만 더 까야지.)

개취는 그림같은 장면의 임팩트를 100% 잘 활용했다.
(나 근데 영상쪽은 전혀 모르지만, 개취가 훨씬 더 화면이 화려해보이더라. 왜 그런지;; 모르겠다. 궁, 파스타 등의 드라마를 볼때도
영상 자체가 화려해서 눈길이 갔는데, 개취에서도 그런 화려함이 100% 먹혔다고본다. 어떤 기법일까. 왕궁금)
검프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서인후의 "다가간다 바로이거" 키스습격 장면이라든지. 마지막 이마키스 장면. 고런거 말이다.
손발이 약간 오그러들것같기도 하지만, 혼자 실금실금 웃으며 마냥 그 장면에 취하고 싶은 그런 아름다운 장면들이
개취가 검프에 비해 빈번히 등장한다. 시청률은 저런데서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 아마도.
개취는 배경자체가 아름다운 공간(한옥, 예술관)이고, 그리고 그런 멜롱멜롱하면서 오그라들거 같으면서 예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스케이트 타다가 일부러 병신같이 넘어지는 장면, 좁은 벤치에 머리를 맞대고 불편하게 누워있는 장면 뭐 그런것들이지.
파스타가 처음부터 저런 장면들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유경빙의효과를 철저히 본것처럼.
그들의 사랑을 진짜 구경 하는 듯한 느낌. 그런거 그런거~~~~ 아우 미치겠네 진짜 감질나~ 뭐 이런 간질거림?
그런거 좋아한단 말이다. 잇힝... 
그렇지만, 어쨌든 개취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건 너무 과장되고 엉성하게 하면서 저런 감질나는 키스장면들만 왕창 넣는다고 
다 좋아하는건 아니다. 나처럼 이렇게 엄격한 사람도 있단 말이다. 
작업을 유치하게 걸어도 누가 거느냐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고 짜증날 수도 있는거니깐.
작업하는 수법의 세련됨은 개취의 승리. 캐릭터의 진정성은 검프의 승리라고 본다.

뭐 어쨌든, 내가 이렇게 열변을 토해놓는 건 검프 시청률이 개취에 못미친 안타까움에 그러는 거니까 말이다.

나는 이 드라마의 행간의 의미를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뒤돌아 생각해보니 세상엔 억울한 사람천지가 되버린듯하다.
검사님들 정말 수고 많으세요. 라고 바보처럼 착하게 압축시킬지도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 소개된대로 검사들이 일을 하고 있다면,
검사의 인격에 의지하여 결정되는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수없어서 양심적이지도 못하고, 더 재수가 없어서 누군가에게 떡값을 받은 검사가 걸린다면 얄짤없는거 아닌가?
보통의 검사들은 일반적으로(?) 야근 크리를 터져가며 박봉에 고생을 하고 있겠지 라고 걱정을 해 주고 싶지만,
검사도 보통 사람인데 말이야. 가끔 양심적이지 않은 사람도 검사 해먹을 확률이 있을 수 있지.
어름한 검사 대신에 피똥싸는 억울한 피의자들이 숱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는 구조구나~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다.
드라마에서 마혜리한테 욕을 보이기 위해 삶은 토마토가 투척되었지만, 그거 윤검이 신경을 안썼으면 그냥 그대로 쫑나게 되는게 아니냔 말이지.
검사가 된장이 아니라서 머리에 명품 머리삔 못알아보면 그거 못잡아 넣는거란 말이지.
운이 좋아서 잡았기에 "캄사캄사" 해야하는거지. 안그래? 운. 운 말이야. 운.
아무리 봐도 무섭다. 내가 언젠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때, 양심적이고 꼼꼼하며 성실한 검사를 만나 그 검사가 럭키가이일 것을 기대해야만 하는거다.
그거 아니면 아무 일도 해결이 안되겠더라!

밤이 깊었다 이제 자야할 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웃긴 ppl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자련다.
마지막회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건, 이준기.윤소이가 출연했던 드라마 '히어로'의 악역들이 그대로 출연한다는 것이었다.
뭐 아버지야 처음부터 악역으로 나오지만, 김의원으로 나왔던 분은 히어로에서도 짝지 악당으로 나왔었다. 
거기에서도 아마 의원으로 말이다. 히어로 생각도 나고 반갑더라고 ㅋㅋ
그 드라마도 마지막에 이르러 엄청난 ppl을 내보냄으로 아직까지 몇몇 장면들이 어색한 임팩트로 남아있듯,
검사 프린세스에서도 과도한 ppl을 삽입함으로써 평소 누고싶었던 똥이 이제 나온거니 라는 생각이 들게 하더라고.
휴대폰, 전자책, 흠. 다른건 모르겠는데 유난히 그런 씬들이 몇초씩 잡는듯 하더라고.
ppl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촌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 
그래도 삼성이나 기타 마케팅하시는 분들 이제 ppl 잘 써야 할거 같다.
새까만 전자책 드라마 출연 몇번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이패드 ppl 들어오면 당신들 다 죽은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기능, 돈 다 떠나서 그거는 들고있는거 자체가 간지니깐 말이야. 안그래? 그니까 ppl은 적당히 쓰자. 안촌스러울 정도에서.


뭔가 안타까운 드라마지만, 잘 봤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