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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영화를 본 뒤에

[드라마] 나의 아저씨


드라마의 내용이나 감동 보다는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이유.

극단적으로 연예인을 향한 시선이 팬 혹은 안티팬 밖에 없다고 가정할 때, 

이지은(가수 아이유)를 향한 내 시선은 안티에 가까웠다.

그의 목소리와 노래 속 화자가 도저히 동일인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고

그 괴리감은 내게 "저 사람은 진솔하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게 만들었었다.

티비에 나와서 자지러지게 웃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어색하고 이상했고

그 웃음 속에 진심으로 즐긴다는 느낌이 별로 있지는 않았다. 

특히나 꽃등심 사건 때는 저 사람은 참 뻔뻔하구나. 어린애가 이상한 쪽으로 영악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지.


그러다가 그에대한 내 시선이 조금 좋아진 건 오히려 "그 멸치사건" 때였다.

소문에는 다른 가수(수지 였던가.. 뭔가)에게 남자(은혁)를 뺐겼다나.

홧김에 한 밤중에 그 남자와 함께 있던 사진을 깐 사건이었지.

그래서 생각했다. 이 사람은 진짜 여자대장부다. 그래. 여자가 이쯤은 되야지. 괜찮네.


(드라마는 관심이 없어서 전혀 보질 않았고)

근데, 그 이후로도 아이유라는 사람은 계속 노래를 하고 그가 만든 노래는 히트를 쳤는데,

그가 노래 할 때는 여전히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난 그 창법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음처리를 위해서 진심을 버린 느낌이랄까?

평소 본인의 목소리와 노래 속 화자의 목소리가 전혀 같질 않다. 싱크로율이 0% 이다.

게다가 제일 짜증났던 건, 우쿨렐레를 어설프게 치며 쿵따리샤바라를 불렀을 때다.

그건 프로도 뭣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돈받고 노래하는 가수라면, 그런 노래는 앨범에 실으면 안된다.

그런 수준의 노래는 유투브에 그냥 혼자 올려놓고 놀거나, 즐겨야지. 정말인지 예의없는 노래라고 생각하고 딱 질려버렸다.


이렇게 그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안티의 시선을 가지고 가끔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 나온다고 한다.

난 이선균을 좋아하니까. 이선균의 선구안과 그의 연기를 믿으니까. 드라마를 시청했다.

화면에 아이유가 나온다. 그리고 본인의 목소리로 연기를 한다.

어둡고, 우울하고, 냉소적인 아이다.

그래도 아이는 아이라서 남들이 하지 않을 말을 해 버린다.

완벽하게 이지안을 구현하는 순간들 이었다.

본인의 목소리로 연기하는 그 사람을 난 더이상 미워할 수 없다.


그가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았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주었던 과도한 웃음과 진심없는 노래들이 다 이해 될 것 만 같았다.

그 안에 냉소가 그냥 그대로 필터없이 이지안의 삐딱선을 통해 펼쳐진다.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요. 나 이제 안보려고 그러죠" 라고 애처럼 엉겨붙기도 하지만

냉소가 녹아 따뜻함이 전해진다. 그래서 "한번 안아봐도 되요" 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늘 솔직한 사람은 아니다.

때때로 솔직해 진다.

그렇다고 내가 이제 당신의 팬이 된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때때로 필요한 순간에는 제 목소리로 표현할 줄 알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할 수 있는 역을 맡아 잘 했기에, 다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이 믿을 진 모르겠지만, 남몰래 어둡고 우울한 애가 

연기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마음껏 본 모습을 드러내 보인게 연기를 잘 했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연기라는 건 기본적으로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측면도 갖고 있는 것 처럼 내보여야 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물론 연기를 잘 하는 다른 배우들도 본인이 잘 해낼 수 없는 역할이기에 그 연기를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뭐랄까. 사람에게 100가지의 측면이 있어서 본인이 가진 20가지의 모습과 완벽하게 이해는 감정이 40가지가 될 때, 

그 사람은 60가지의 측면을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겠지.

내 생각에 아이유는 100가지의 측면 중 한 10가지를 본인이 직접 가지고 있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감정이 15개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다.

이제까지 내가 본 연예인으로서의 아이유는 그렇다.

이번에 "나의 아저씨"는 본인이 진짜 가지고 있는 10가지 중에 꺼내 보인거라서 완벽했을 뿐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다시 살펴 보아야 한다. 그 이후로 이 사람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감정이 얼마나 더 늘어났는 가를.

그 전에는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난 진짜를 보고 싶다. 

그게 가짜인 것을 알기에, 진짜를 보고 싶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연기. 거짓 행동을 통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노래도 그렇지만, 드라마나 영화는 플레이 시간이 너무나 길기에 일관성있는 거짓감정을 유지하기가 쉽질 않은 것이다.

난 그래서 정말 진짜를 보고 싶다.


그래도 다음번에는 그 사람이 나온 영화나 드라마를 한 번 정도는 기대감을 가지고 볼 수 있을거 같다.


당신이 내 글을 볼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혹여나 보게 된다면.

좋은 연기를 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신의 다음을 기대하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그렇지만, 여전히 안티의 입장에서는.. 창법은 좀 더 연구해봤으면 좋겠다. 당신은 내겐 좋은 가수가 아니라서.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