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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삭제 고민

그냥 사랑일 뿐이다.

그냥 사랑일 뿐이다.


사랑을 경험했다고 생각했었다.

지나가 버린 지금, 

그건 그냥 미적지근했던 감정덩어리 뿐이지 않았나 싶다.


누가 물었다.

지금은 그를 좋아하니까, 

그것이 단순한 감정덩어리가 아니겠지.

지금은 그것이 네게 뜨거운 가슴일지라도,

지나가버리고 나면 언제 버려진지도 모를 연탄재 같지 않느냐.


나는 대답한다.

나는, 유하의 시처럼 너를 만나 가장 나다워졌고.

이적의 노래처럼 

내 삶의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무의미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김춘수의 이야기처럼,

너는 내게, 나는 네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어버렸기에.

내겐 너이기 때문에.

네겐 나이기 때문에.

우린 서로에게 서로가 되기에.

그래서 사랑이다.


현명한 질문과 바보같은 대답이 오고간다.

지금 나는, 단지 너를 사랑하고 있을 뿐이다.

온 마음을 다해서 나를 바라보는 너를 바라볼 뿐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네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한다.

그냥 사랑일 뿐이다. 단지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