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혼선언서
우리는
검은뿌리 파뿌리니 백년을 어쩌니 그러지말자.
아니
차라리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자.
살다가 언젠가 불행해 진 날이 왔을 때
내가 널 잘못 만났다느니,
니가 이럴 줄은 몰랐다느니,
애 때문에 참았다느니..
이따위 말은 다 집어치우고 그 불행을 조용히 들여다보자.
스스로 만들어 낸 게 아니라
정말 서로가 원인 인 게 맞다면
우린 행복하게 헤어지자.
나는 늙어 죽을 때까지 널 사랑 할 자신이 없다.
다만
내가 널 사랑하는 한,
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 행복이 나로 인한 것이라면 정말 고맙겠다.
그리고 행복하겠다.
사랑으로 인한 배려가 희생이 되지 않도록 하는 건,
당연시 여기지 않는 고마움.
우리 마음에 그 고마움이 없어지면,
이 선언서를 다시 한번 읽고 결혼을 유지할 지 고민해 보자.
고정관념과 편견을 이길 수 없고 출산과 양육의 편리함을 위해서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하지만
사실
그딴거 안해도 재미있게 잘 지낼 수 있다.
결혼 그거 안한 듯 그렇게 살자.
늘 그래왔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