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아닐지도. 그럴지도.
간신히 눈을 떠서, 집을 나선다.
미세먼지로 매캐한 이 공기는
도대체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한 숨만 가득실은 버스가 흔들린다.
젠장, 환승을 놓쳤다.
가까스로 도착한 직장엔
딱 내 목숨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산소만 주어진다.
남아 도는 게 공기 같이 보여도,
뭐가 자꾸 불안해서 숨을 자꾸 아껴쉰다.
잘 못 한 것도 딱히 없는 것 같은데,
한밤 중 어떤 시인에게 속삭인다던 그 악마가
대낮부터 날 비웃는다.
"그래. 넌 계속 그렇게 살아라."
멍청한 하루 끝에
또다시 한숨만 가득실은 버스가 흔들린다.
젠장, 또 환승을 놓쳤다.
저녁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매캐한 공기.
그래, 엿같은 매캐함이라도 양 껏 마시자.
나만 이리 병신 같은 건 아니겠지.. 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그래. 너만 그런 거 아니니까. 괜찮아."
라고 아까 그 악마가 불쑥 내뱉고 사라진다.
씨발놈. 씨발놈. 저 씨발놈 때문이다.
다 저 씨발놈 때문이다.
다 저 씨발놈 때문이라고 분해하다 불을 끈다.
내일은 내가 너한테 안당한다.
니 뒤통수에 침이라도 뱉는다. 악마새끼야.
내가 잘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저 악마놈 때문이라고 이를갈며 잠을 청해본다.
내가 못나 그런가.
내가 뭘 잘못한 게 정말 없나.
불면의 밤이 깊어진다.
내일도
간신히 눈을 뜨고
미세먼지를 들이키다 환승을 놓치고
날 비웃는 악마의 뒤통수를 멍청하게 쳐다보다
이게 다 너 때문이라며 난 잘못한 게 없다고
억울해 하다 결국 내가 못나 그렇다고 자학하며
밤새 뒤척이겠지.
오늘도.
내일도.
저 악마의 낙관같은 '도'를 지울 수 있는 희망이 있나.
어느 철학자가 왜 자살하지 않느냐고 묻던데,
살아있으니까. 그럴지도.
내일은 뭔가 조금은 달라 질지도. 그럴지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럴지도.
아닐지도, 그럴지도의 '도'도 '도'니까.
악마의 장난일지도 모르지만, 아닐지도 모르니까.
희망같은 거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 그럴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