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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책을 읽은 뒤에

<책만보는 바보> 안소영

책만 보는 바보

1. 책지도 : 서점 책구경 중 발견 (feat. 유진의 책구경)

2. 한줄요약 : 영정조의 실학자들이 꽃피어남을 관찰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빛나는 우정까지도.

3. 누구에게? 모든 어린이. 조선시대 실학자가 궁금한 어른이. 태어난 처지가 못내 한스러운 어른이. 개혁이 뭔지 궁금한 어른이. 

4. 꿀잼보장? 약잼. 안소영 작가의 다정다감함이 당신을 이덕무의 친구로 만들어 줄 것이다. 

5. 그런데! 나는 그들처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질 못해서 부끄러운데.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다.

              성실한 노예가 사랑받는 세상. 난 우리 사회를 이렇게 보는데, 

              이덕무가 지금 이렇게 투덜거리는 나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건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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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지도 사연

이 책을 들고 집에 들어오게 된 사연이 조금 길다.


평생 읽지 않던 책을 최근에 몇 권 읽었고, 

지난 주말엔 동네 책방 혹은 알라딘 중고 서점 등을 친구 오와 쏘다니며 어떤 책이 꿀잼일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나에게 책은 최고의 지름 카테고리다. 김봉진의 말마따나 인테리어가 아름다워지며, 가난한 출판사를 도울 수 있고, 

무엇보다 남편이 책을 사는 데에는 절대 눈치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여튼 그렇게 최근에 책 읽는 재미를 차차 느껴가던 차에 유진의 <책구경>을 먼저 읽고 있었는데,

거기서 정민 선생님 등 우리 고전을 재미있게 잘 전달해주는 좋은 작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기서 나온 여러 실학자들의 이야기 중 하나가 간서치, 즉 책만 보는 바보라는 이덕무의 이야기가 있었고

알라딘에서 뭘 하나 득템해 가야 하나 방황을 하다 어른들 코너엔 재미있는게 없구만! 이라며 

어린이 코너로 가서 이 잡든 뭘 하나 질러야 한다는 신념으로 샅샅이 책구경을 실시 한 결과

<책만 보는 바보>를 집어들고 당당히 계산대로 갈 수 있었다.



#개혁의 시대

책에 나온 여러가지 이야기들 중에 그들이 인생으로 증명한 그 개혁이 내겐 가장 인상적이었고 감동적이었다.


내가 폰을 쓰기 시작한게, 고딩 때였으니 ... 대략 20년 쯤 전이다.

90년대. 그때는 10년 뒤에 모두가 스마트폰이라는 걸 들고 다닐거라고 전혀 예상 할 수가 없었다.

물론 김정일의 아들이 우리나라 땅을 밟게 될 거리라는 것도,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상이 이렇게 빨리 돌아가는게 정말 신기하고 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에도 지금처럼 세상이 상상 할 수 없는 속도로 바뀐 적이 있었다.

내가 무식해서 잘 모를 뿐이지 아마 그런 시대가 아주 많이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의 모든 것들이 만들어 졌을 것이다.

이 책에서 그 혁명을 삶으로 체감한 사람들을 보았다.

영조의 시대에 처지를 비관하다 정조의 시대에 꽃을 피우게 되었던 조선시대의 실학자들을 만났다.

영원히 꽃피우지 못 할 것 만 같아서 할 수 있는 게 공부 밖에 없어서 공부만 했던 이들이 

정조의 배려로 규장각에 비정규직(?!)으로 채용 되었고 그들의 경력은 그들을 관직으로 이끌었다.

사람들을 늘 생각했던 양반들 담헌 홍대용, 연암 박지원과 파격적인 정조가 없었다면

그리고 그들이 처지를 비관하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독서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개혁이었다. 

어쩌면,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은 세상이 언젠가는 바뀌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날카롭게 다듬었던 게 아닐까. 



#관계

이덕무를 중심으로 그가 관찰한 친구들과 스승들의 관계도를 그려 보았다.

https://prezi.com/fkrijapqrkyo/presentation/?utm_campaign=share&utm_medium=copy


박지원은 괴팍한 구석이 있으나 굉장히 소탈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다들 박지원의 집에 자주 몰려다녔던 것 같다. 그의 집이 실학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 모양이다.


이덕무는 아마도 9살 어린 박제가와 절친 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스승 인 홍대용과 박지원은 양반이었으나 당시 힘들었던 백성의 삶에 관심이 깊었고,

우리들의 눈으로 우리의 것과 역사를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특히 홍대용과 이덕무는 외모와 성격이 닮았던 것으로 보이며

박지원과 박제가는 외모는 전혀 닮지 않았으나 성격이 닮은 것처럼 보인다는 걸 보아

홍대용과 이덕무가 각별한 사제관계, 박지원과 박제가가 또 그러한 관계 였던 것 같다.

홍대용과 이덕무가 일기와 수필로 유명하다면, 박지원과 박제가는 수레, 거름 등 실생활과 관련된 도구의 원리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여기서 일기와 수필이 실사구시의 학문에 좀 밀리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은게 그 전까지는 늘 맹자왈 공자왈 성리학이 어쩌구 이런 세상에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세상을 관찰하는 의미있는 글을 쓰는 관찰자가 많이 없었기에 

그들의 기록이 우리에게 참 소중하고 이렇게 그들을 아름답게 기억하게 하는 계기도 되기에

마냥 "그냥 문학적이네" 라고 깔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뭔가 특이한 유득공. 밝고 명랑하여 서자가 아닌 것만 같았던 그는 늘 중국의 역사만 공부하던 풍토를 못마땅해하며

우리의 역사를 발견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애쓰고, 여러가지 의미있는 발견들을 기록하였다.

백동수는 이덕무의 처남인데, 무사이지만, 문에도 뛰어 났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최근에 무사 백동수라는 드라마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준비 하는 자

굶는 날이 많다는 이유로

백동수가 병졸의 역할만 충실히 했다면,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이 서자인 처지를 비관하여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그냥 고을에 서자가 할 수 있는 말단(향리 같은 것)에 올라 작은 녹을 받았다면,

그들의 인생은 개혁의 증거로 기억 되진 못했겠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밥을 굶는 사람도 있지만 대게 그렇게까진 아니다.

부의 우위는 보통 시대적 비교보다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것이니까.

나의 밥벌이가 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돈벌이가 중요해서 약간의 열정과 시간을 돈과 바꾸고 있다.

덕분에 밥도 먹고, 옷도 사고, 전세도 얻었지. 그들처럼 치열하게 자존감을 지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느 책에서 천재라고 인정해버리면 마음 편하다고 그러니까 넌 그것밖에 안된다고 대차게 까던데,

인정하지 않을 수 가 없다.

서자라는 슬픈 운명이 옥죄지만 그 운명에 순응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따뜻한 시선

이덕무의 다정다감함이 느껴지도록 잘 번역해 준 안소영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있으려니

나도 어느새 그들의 친구가 되어서 함께 울분을 토하며 그리고 즐거워 하며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함께 뿌듯해 했다. 그들이 관직에 공식적으로 진출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나는 그래서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계속 궁금해 질 것 같다.

우리의 고전에, 특히 정조의 시대에 관심이 많이 가기 시작했다. 


#칠순잔치의 롤링페이퍼

이건 별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칠순에 롤링페이퍼를 돌렸다고 한다.

요새 말로 점잖게 하면 방명록 같은거다.

생파에 온 사람들이 한마디씩 SNS에 글 남기듯 시를 남기거나 난 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집 자식이 그 롤링페이퍼에 天자를 (어린이라 쓸 수 있는 글씨가 거의 없어!) 스윽스윽 그렸다고 해서 

그 아이를 보는 따뜻한 시선과 함께 칠순에 롤링페이퍼 짱이다! 조선시대도 노는건 비슷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책지도는?

정민 선생님의 "오직 독서뿐" 이라는 책을 읽으면 연속선에 있을 것 같다.

조금 두꺼운 책인데 도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