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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책을 읽은 뒤에

[책] 괴물

괴물.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이외수 (해냄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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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괴물

이 이야기는 비범한 여러 인물들에 관한 독특한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시대의 가슴아픈 문화(군사문화, 독재, 비리 등)을 대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진철이라는 사내는 대표적 괴물이다.
군사시대의 정경유착의 결과물인 부와 전생의 아픔을 바탕으로
비뚤어진 성품을 타고 났으며
그의 부는 그의 성품의 결과물인 각종 범죄를 은폐하고 변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사람들 속에 파고들어 그와 같은 괴물을 양성해내고 범죄를 저지르지만
사람들과 교감하거나 어울리지 못한채로 표류한다.

이외수는 자꾸 그의 비뚤어진 성품이 전생의 탓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생에 누명을 쓰고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던 그가
그 외로움과 억울함들을 방화나 살인, 도둑질 등등의 온갖 나쁜짓을
정당화 시키는 논리로 이용하게 내버려둔다.
그렇지만 결단코 그의 그러한 못된 논리를 용서해서는 안된다.
전생에 억하심정으로 외롭고 괴롭게 죽어갔다 하더라도
그의 범죄를 은폐하고 방어하는 것은 결국 그의 검은 돈 덕택에 가능했다.
그의 이모는 결국 그가 죽고나서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오열을 하지만,
그 오열의 의미란 결국 너를 잘못키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라는 후회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 비범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짤막짤막하게 귀를 잡아끈다.
윤나연과 윤처사 가족의 이야기, 이필우의 이야기, 또 송을태와 하얀솔개의 이야기,
모두 범상치 않은 사람들의 범상치 않은 이야기라 그냥 마냥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다시한번 생각해보아도 좋을 포인트.
과연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이 뭘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천재 윤나연이 돌연 기생수업에 들어가는 것.
윤처사와 그의 부인의 행복하고 마음아픈 가정사.
진랑호에서 드나드는 귀한 손님들의 기인열전.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사랑하고 어떤 사람을 사귀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진철을 제외한 다른 기인(괴물)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생각했다.
행복의 기준, 잘살고 못살고의 기준은 역시 자기 안에 있는 것이라고.
자기 스스로 자기하는일에 자부심이 있고 떳떳한 사람이 될 때,
진랑호의 돛은 화려하게 펼쳐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