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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다 혹은 느낀다/영화를 본 뒤에

[드라마] 파스타




쿨하고 핫한 드라마 파스타.
짧고도 길었던 시간들이다.

파스타는 내게 발상의 전환이 무엇인지 말해주었다.
여성스럽지 않지만 사랑스러울 수 있다.
남성스럽지만 여자를 인격적으로 대할 수 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한번 실수 했다고 나쁜 인간이 되는 건 아니다.
봉골레, 알리오올리오가 무척이나 먹고싶다.
이것이 파스타 감상에 대한 거의 모든것이라 말해도 좋을 듯.

드라마의 여자주인공들은 열심히 살았지만 대부분 여자로서 열심히 살았고 예뻤고 사랑받았다.
서유경이 다른 여자와 다르다면 여자임을 뛰어넘어
미련하게도 "난 여자니까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눈꼽만큼도 허용하지 않은 점이다.
그리고 자신의 주방에선 여자나 남자나 모두에게 똑같이 대해야만 했던 쉐프 최현욱이 그것을 가능하게했다.
"여자에게 어떻게 그런 심한말을", "여자에게 잘해주어야 한다"라는 말들을 우리는 어디선가 한두번은 듣고 흘린 적이 있겠지만.
여자든 남자든 한 사람의 몫을 해낸다는 건 또 저러한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의미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는 것일 거다.

난 이제까지 내가 서유경을 만나기 전부터 서유경처럼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물론 문제는 서유경처럼 예쁘지 않다는 것이다. ㅠ-ㅠ)
그렇지만 또 한번 나를 돌이켜보며 반성한다.
난 정말 여자라는 핑계로 내 일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은 적이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다.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무거운 것을 들어야할 때, 산으로 뛰어다니며 불을 꺼야할 때 사실 몰래 쏙쏙 빠진적 많았는데.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겠다. 입으로만 알량하게 평등이니 뭐니 외칠일이 아니다.
나부터가 한 사람의 몫을 해내야만 하는 거겠지.

한 사람의 몫에 대한것도 그렇지만,
남녀사이의 사랑이라는 것도 그렇다.
남녀가 남자를 남자로 여자를 여자로만 생각한다면 그 사랑은 필시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얼마안가 지겨운 책임감만 남게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서로의 발전을 기대하며 서로의 발전을 위해 서로에게 힘이되는 것.
그것이 될 수 도 있다. 내가 늘 이야기하고 싶었던 쿨하고 제대로된 사랑이 파스타에선 있었다.
아쉽게도, 그러한 관계는 현실에서 매우 드물기에 또다시 청소년관람가능 포르노가 되어버릴런진 몰라도
이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에 작은 파동을 주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사랑.
미안해 라고 단박에 거절해버릴 줄 아는 사랑.
그렇다 한들 상대방을 흔들어대려고 별 더러운 수작을 부리지 않고, 계속해서 응원을 보내는 사랑.
사랑에 거절당한 불쌍한 이들끼리 대충 짝지어주지 않는 센스.
이정도 쿨함은 세련된 드라마의 기본이라고 생각되지만, 아직도 많은 드라마들이 그렇지 못하기에.
파스타. 이 드라마를 쿨한 드라마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음 좋겠다.